‘무릎 퇴행성관절염’ 줄기세포로 잡는다

수술 대체 치료법 속속 등장

바이오스타 줄기세포기술연구원의 연구원이 환자에게서 채취해 배양 중인 줄기세포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왼쪽 사진). 일본 오사카 니시하라클리닉 의료진이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무릎 병변에 조인트스템을 주사 주입하고 있다. 무균 상태에서 철저하게 관리되는 배양 공정을 거치면 1회에 1억 셀을 주사로 주입하는 조인트스템이 완성된다. 바이오스타 제공

관절염은 관절에 세균 침투나 외상 등으로 관절 내에 염증이 생긴 질환을 총칭하는 병명이다. 이 중 대표적 질환인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60대 이상에서 흔하며 무릎 관절의 연골이 닳아 심한 염증과 통증을 유발한다. 최근엔 스키 등 스포츠 손상이나 비만 등으로 젊은층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국내 무릎 관절염 환자 수는 2012년 245만 명에서 2016년 272만 명으로 12% 늘었다.

입원 원인도 전체 4위에 이른다. 관절염은 초기(1단계)부터 말기(4단계)까지 총 4단계로 나누는데 말기는 주로 인공관절 치환술로 치료를 받았지만 최근 들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간편한 치료법들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수술 없이 줄기세포 주사만으로 말기 관절염을 치료하는 방법도 개발되는 등 퇴행성관절염 치료의 패턴이 바뀌고 있다. 이러한 줄기세포 치료법을 상세히 알아봤다.

골 관절염의 단계

탯줄 줄기세포 또는 유전자 이용한 관절염 치료

메디포스트가 개발한 ‘카티스템’의 경우 2012년에 상용화됐다. 카티스템은 타인의 제대혈 줄기세포를 배양해 4기 골관절염 치료에 사용된다. 이른바 ‘타가 표준형’ 줄기세포 치료제의 시작을 알렸다. 메드포스트 측은 카티스템이 심각한 연골 손상이라도 한 번의 수술만으로 연골 재생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전국 430여 곳의 병원에서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치료 비용은 1000만 원 전후로 만만치 않지만 실손보험을 활용하면 부담이 준다.

치료를 하기 위해선 병원에서 무릎 절개수술이 필요하다. 즉 하반신 마취 뒤 피부를 절개하거나 제한적으로 관절경을 이용해 연골에 미세한 구멍을 뚫고 줄기세포를 주입해 봉합하는 방식이다. 수술 뒤에는 4∼12주의 재활기간이 필요하다. 수술 뒤 빠르면 3개월 뒤부터 연골 생성이 시작되며 보통 1년 정도면 치료가 마무리된다.

이외에 중등도(3단계) 관절염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가 지난해 7월 처음 출시됐다. 기존 항염증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가 대상이다. 비용은 600여만 원. 인보사는 항염증 작용을 유도하는 유전자 세포를 무릎 병변에 주사로 주입하는 치료제. 단, 관절의 통증을 개선하는 치료제여서 연골 재생을 기대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 기존의 보존적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통증과 기능 개선이 확인됐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인보사는 동물 임상에서 나타난 관절의 구조개선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올해 미국에서 3상 임상시험을 할 예정이다.

주사 한 방으로 관절염 치료, 줄기세포 치료의 신기원

수술하지 않고 간단한 주사 한 방으로 관절염을 치료할 수는 없을까? 중증(3, 4단계) 관절염 환자들의 이런 욕구에 부합하는 줄기세포 치료제가 개발돼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스타 줄기세포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조인트스템’이 그것. 최근 한국과 미국에서 2b임상시험(약의 약리적 효능 및 효과 검증)을 끝냈다. 일본에서는 후생노동성이 승인해 실제 환자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조인트스템은 환자 자신의 지방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자가 맞춤형’ 치료제로 체내 생착률이 높고 수술 대신 주사기로 관절강에 줄기세포를 주입하면 돼 수술 부담이나 후유증이 거의 없다. 현재 입법 발의된 재생의료법이 국회에 계류된 국내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줄기세포 치료가 가능하도록 재생의료법이 개정돼 관절염 환자들이 큰 제약 없이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국내 환자들이 일본, 중국 등에서 조인트스템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재생의료법과 관계없이 이러한 시술이 가능하다.

시술비용은 줄기세포 배양 실비 600만 원(1번에 1억 개의 줄기세포 배양 비용)에 현지 시술비가 350만 원가량이다. 서울시 보라매병원, 강동경희대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시더스시나이(Cedars Sinai)메디컬센터에서 시행한 임상시험에서 조인트스템은 △관절 통증지수 △관절기능 평가지수 △골관절염 중증도 평가 △환자 만족도 △슬관절 운동 가동범위 등의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특히 3, 4단계 환자를 대상으로 한 미국 임상에서 효과가 더욱 뚜렷했는데, 환자들의 삶의 질이 치료 전 25.00∼28.60(KOOS)에서 치료 뒤엔 36.70∼66.18로 괄목할 만한 개선 양상을 보였다. KOOS란 환자의 일상생활 능력을 측정하는 100점 척도로, 점수가 높을수록 좋다.

미국 임상시험 책임자인 티머시 데이비스 박사는 “임상에서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함으로써 전 세계의 수많은 퇴행성관절염 환자가 수술 대신 부작용이 전혀 없는 주사치료 옵션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은 삶의 질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유명철 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조인트스템으로 퇴행성관절염 치료의 3세대가 열린 만큼 이러한 성과를 활용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하루빨리 정비돼야 한다”면서 “특히 고령자나 기저질환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꺼리는 4단계 관절염 환자의 경우 조인트스템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